응급실 뺑뺑이 막는다지만…‘병원 지정’만으로 환자를 살릴 수 있나
응급환자 병원 지정권 강화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이송체계 개선 넘어 수술·중환자실까지 손봐야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아 구급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응급환자 미수용)’를 막기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10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공포 후 6개월(일부 조항은 3년) 이후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분명하다. 중증 응급환자를 이송할 적정 의료기관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을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나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수용 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응급의료기관이 환자 수용을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도 시설·장비·인력 등이 모두 운용돼 추가 처치가 어려운 경우 등으로 구체화했다.
응급의료 종사자의 법적 부담도 일부 완화된다. 불가피한 응급의료 행위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더라도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을 기존의 임의적 규정에서 필요적 규정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국회 법안 검토자료에서도 이 조항은 응급의료진의 법적 부담을 낮추고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한 취지로 설명됐다.
문제는 ‘어디로 보낼 것인가’와 ‘누가 실제로 치료할 것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데 있다.
응급실에 병상이 하나 비어 있다고 해서 중증환자를 곧바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술실이 가동 중이거나 중환자실이 포화 상태이고, 해당 질환을 치료할 전문의가 다른 응급수술을 진행하고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따라서 상황실이 병원을 지정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병원을 찾는 시스템에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연결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번 법 개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중앙·광역 응급의료상황실이 각 의료기관의 응급실 병상뿐 아니라 수술실, 중환자실, 전문의 당직 여부, 실제 최종치료 가능 여부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용 병원 지정’이라는 행정적 조치는 강화됐지만 환자의 최종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줄어들지 않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과제는 의료현장의 부담이다.
응급의료기관의 수용 곤란 상황을 정확하게 고지하고 그 사유를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응급실 상황은 분 단위로 변한다. 지나치게 복잡한 보고와 기록 의무가 현장 의료진에게 또 다른 행정 부담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응급의료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과 의료진을 행정업무에 묶어두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법 조항 하나가 아니다.
응급실을 지키는 의사만 늘려서는 안 된다. 응급수술을 담당할 외과계 전문의, 중환자실 의료진, 마취 인력 등 배후 진료체계까지 함께 확충해야 한다.
정부가 앞으로 시행령과 세부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수용 거부’를 무조건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춰서는 곤란하다. 실제 치료가 불가능한 병원에 환자를 보내는 것은 수용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치료 시간을 늦추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당한 수용 곤란 사유는 현장의 불가피성을 반영하면서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응급의료기관의 실시간 자원정보를 디지털로 연계하고, 병원별 최종치료 역량을 정확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로 몰리는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중증환자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려면 지역의 2차 의료기관과 지역 전담 진료체계를 강화하고, 의료전달체계 자체를 손봐야 한다.
이번 법 개정은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다.
환자를 받으라고 지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병원이 실제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병원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응급의료에서 1분은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
이제 국가가 책임져야 할 것은 단순히 “어느 병원으로 갈 것인가”를 정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어느 병원에서 실제 치료가 가능한가”까지 책임지고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를 끝내려면 병원 지정 시스템을 넘어 ‘최종치료 연결 시스템’까지 완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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