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친환경 선박 하이브리드 실증센터 가동…조선기자재 국산화 승부수
양산에 343억 원 투입…6.9MW·2.3MW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 시험·평가·인증 기반 구축
경상남도가 친환경 선박 시장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 육상 실증 기반을 본격 가동한다.
경남도는 9월 30일 양산 가산일반산업단지에서 ‘친환경선박 하이브리드추진 육상실증센터’ 개소식을 열고 중대형 선박의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을 육상에서 시험·평가·인증할 수 있는 기반을 공개했다.
총사업비는 343억4,500만 원이다. 2022년부터 5년간 추진된 사업으로,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이 주관했다.
■ 친환경 선박 전환, 이제는 ‘엔진 효율’ 싸움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은 기존 선박 엔진과 프로펠러 사이에 축발전 전동기(SGM)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엔진의 여유 동력으로 전기를 생산하거나 전기 동력으로 선박 추진을 보조해 엔진을 효율적인 구간에서 운전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하나다. 기존 선박의 엔진을 당장 버리지 않으면서 연료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연료가 본격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하이브리드 기술은 현실적인 중간 단계로 주목받고 있다.
■ 343억 원 투입…양산에 ‘시험·인증 플랫폼’ 구축
센터는 양산 가산일반산업단지 7,377㎡ 부지에 연면적 2,949㎡ 규모로 조성됐다.
시험동에는 ▲6.9MW 축발전 전동기 시스템 ▲2.3MW 축발전 전동기 시스템 ▲중형 선박용 축발전 전동기 적용 통합 동력시스템 등 성능평가 설비가 구축됐다.
대형 선박부터 중형 관공선까지 단품 기자재와 통합 동력시스템을 모두 시험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10월부터는 장비 시운전과 기업 지원이 본격화된다. 특히 KOLAS 공인시험 체계를 구축해 국내에서 성능평가와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시험시설 하나가 아니라 국내 조선기자재 기업의 기술 신뢰도를 높이고 해외 인증 의존도를 낮추는 산업 인프라라는 의미가 있다.
■ 문제는 ‘센터가 생겼다’가 아니라 기업이 얼마나 활용하느냐
다만 실증센터 개소 자체를 성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중소 조선기자재 기업 입장에서 첨단 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은 기술과 인력, 시험 비용을 동시에 요구하는 분야다.
시험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기업이 비용 부담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거나, 시험 결과를 실제 제품 개발과 수주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수백억 원을 투입한 인프라의 활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남도와 양산시는 단순히 ‘시험해주는 기관’에 머물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설계 단계부터 기술 자문과 성능 개선을 지원하는 밀착형 기업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시험비 부담을 낮추는 실증 바우처 역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자동차 배터리와 선박의 만남…새로운 산업 연결고리
양산에는 이미 미래차 배터리 관련 산업지원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향후 자동차 폐배터리 재사용 기술과 선박용 배터리·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연결할 경우 미래차와 조선해양이라는 서로 다른 산업을 융합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는 선박의 안전성과 배터리 재사용 기준 등 규제 문제가 뒤따른다.
따라서 실증센터와 배터리 산업지원센터 간 공동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필요한 경우 규제 샌드박스 등을 활용해 기술 개발과 제도 정비를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 최종 성적표는 ‘센터 이용률’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이번 센터의 진짜 성과는 준공식이나 개소식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장비를 활용했는지, 몇 개 제품이 시험·인증을 통과했는지, 국산 기자재가 실제 선박에 얼마나 적용됐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수출과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경남도가 조선업의 과거 경쟁력에만 기대지 않고 친환경·전동화·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산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려면 실증센터를 기업 성장의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김맹숙 경남도 주력산업과장은 “센터 개소로 도내 기업들이 친환경 선박 기자재를 육상에서 검증하고 기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양산시와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과 협력해 센터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343억 원의 투자가 ‘좋은 시설 하나’로 끝날 것인지, 경남 조선기자재 산업의 기술 자립과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산업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인지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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