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투입 ‘경남병원선’ 진수…섬 의료공백 해소의 새 출발
290톤급 새 병원선 2027년 3월 취항…물리치료·임상병리·감염병예방 기능까지 확대
경상남도가 도서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건조 중인 새 경남병원선을 30일 부산 감천항에서 진수했다.
기존 ‘경남511호’를 대체하는 새 병원선은 총사업비 150억 원을 투입한 290톤급 차도선형 선박이다.
진수 이후 선내 의장 작업과 장비 설치, 해상 시운전 등을 거쳐 오는 12월 준공하고, 시범운항을 거쳐 2027년 3월부터 도내 7개 시·군 42개 도서, 53개 마을에 투입될 예정이다.
■ 20년 넘은 병원선, 이제 바꾼다
경남 병원선은 지난 50여 년간 의료 접근성이 낮은 섬 주민들의 이동식 의료기관 역할을 해왔다.
현재 운항 중인 경남511호는 2003년 건조돼 20년 넘게 운항하면서 선박 노후화와 섬 지역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새 병원선은 길이 49.9m, 폭 8.4m 규모로 기존 162톤급에서 290톤급으로 확대됐다.
워터제트 추진기를 적용해 연안 기동성을 높였고, 배기가스 저감장치(DPF)를 장착해 친환경 운항에도 대응한다.
■ ‘배 위의 진료소’에서 ‘바다 위 종합 보건공간’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의료 기능이다.
기존 의과·치과·한의과 진료에 더해 물리치료실, 임상병리실, 감염병예방실을 새롭게 갖춘다.
섬 주민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단순 진료뿐 아니라 만성질환 관리와 재활, 검사, 감염병 예방까지 의료서비스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운영 규모도 확대된다.
승선 정원은 기존 18명에서 50명으로 늘어나고 의료진과 운영 인력도 확대될 예정이다. 진료 일수 역시 월 15일에서 월 18일 이상으로 늘어날 계획이다.
결국 새 병원선의 핵심은 배가 커졌다는 데 있지 않다.
섬 주민이 육지로 나오지 않고도 더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했다는 점에 있다.
■ 그러나 새 배만으로 ‘의료공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좋은 선박을 건조하는 것과 지속 가능한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재 병원선은 도서 주민에게 사실상 필수적인 공공의료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법적 지위와 국가 지원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병원선 운영에 필요한 유류비와 의약품비 등을 지방비로 부담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새 병원선은 기존 선박보다 규모와 기능이 확대된 만큼 장기적으로 연료비와 유지관리비, 장비 교체비용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150억 원을 들여 배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배를 앞으로 20년, 30년 어떻게 안정적으로 운영할 것인가다.
■ 병원선의 ‘법적 지위’부터 정비해야 한다
병원선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병원선은 섬 주민의 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공공성이 높은 시설이지만 법률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운영비 지원과 각종 제도 적용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면세유 적용과 국비 지원 문제는 대표적인 과제다.
병원선이 일반 선박과 달리 의료 취약지역 주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의료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가 일정 부분 운영비를 분담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가 모든 비용을 떠안는 방식으로는 도서지역 의료서비스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 의료진 확보 없이는 최첨단 병원선도 ‘빈 배’가 된다
또 하나의 핵심 과제는 의료인력 확보다.
새 병원선에 아무리 최신 의료장비를 갖춰도 이를 운용할 의료진이 부족하다면 의료서비스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공중보건의사 수급 여건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기존 인력에 의존하는 방식만으로는 안정적인 운영을 장담하기 어렵다.
따라서 경남도는 지역 거점병원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전문의료진 순환 진료와 원격 협진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배는 최첨단인데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만큼은 피해야 한다.
■ 새 병원선의 성공 조건은 ‘국가 책임’과 ‘지역 의료 연계’
새 경남병원선은 분명 섬 주민들에게 중요한 변화다.
하지만 진정한 성공은 진수식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자주 섬을 찾는지, 얼마나 많은 주민이 진료를 받는지,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실제 제공되는지, 육지 병원과 얼마나 신속하게 연결되는지가 성패를 가른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병원선의 공공의료 기능에 걸맞은 국가 차원의 운영비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의료진 부족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역 거점병원과 대학병원, 보건소를 연결하는 협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병원선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중증질환은 육지 의료기관으로 신속하게 연결할 수 있는 응급이송 및 진료 연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새 병원선은 단순한 선박이 아니다.
의료기관이 부족한 섬 주민들에게는 육지와 연결되는 유일한 의료 통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경남도의 책임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공의료 인프라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150억 원짜리 새 배를 띄우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그 배가 매달 섬 주민을 찾아가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응급환자를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연결하는 시스템까지 완성될 때 비로소 ‘경남병원선’의 진짜 가치가 만들어진다.
2027년 3월 취항을 앞둔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진수식보다 섬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의료서비스를 만드는 일임을 잊지 마시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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