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은 2026년 9월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를 받는 추경호 대구시장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참고로 1심 선고 공판은 2026년 11월 18일 열릴 예정이다.
■ 특검이 문제 삼은 것은 ‘의총 장소 변경’이었다
특검팀은 추 시장이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 소속 의원들의 국회 본회의장 집결을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에 따르면 당시 비상 의원총회 장소는 국회→당사→국회→당사로 세 차례 변경됐다.
특검은 이 같은 장소 변경과 공지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국회 본회의장 참여를 어렵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은 108명이었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가운데 90명이 계엄 해제 의결에 참석하지 못했다.
특검의 논리는 비교적 명확하다.
계엄 해제 의결에 필요한 숫자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여당 의원들의 움직임을 제한했다면, 그것은 단순한 정당 내부 의사소통을 넘어 헌법기관의 기능을 방해한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검은 추 시장이 계엄군·경찰이 국회에 투입된 상황을 알고 있었고, 그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모여 계엄 해제 요구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 반면 추경호 측은 ‘방해’가 아니라 ‘의원들을 모으려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추 시장 측의 설명은 정반대다.
추 시장은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알지 못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계엄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당시 급박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로서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움직였을 뿐, 계엄 해제 의결 자체를 방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의원총회 장소가 바뀐 것 역시 국회 출입 통제 등 당시 현장 상황 때문이었다는 것이 추 시장 측 주장이다.
결국 재판의 핵심은 단순히 “장소를 몇 번 바꿨느냐”에만 있지 않다.
그 행위가 당시 상황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 목적이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법원이 증거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마지막 통제장치’
이 사건을 바라볼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헌법 제77조다.
헌법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계엄 상황에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은 단순한 정치적 의견 표명이 아니다.
헌법이 대통령의 비상권력에 대해 국회가 행사하도록 마련한 명시적인 통제장치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이 헌법적 권한을 실제로 행사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의 본회의 참여가 보장됐는가.
그리고 만약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 참여를 방해했다면, 그 행위의 법적 책임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가.
이번 재판의 무게는 바로 여기에 있다.
추경호 재판 핵심 쟁점은 ‘의도’…특검과 변호인 주장은 왜 갈렸나
■ 정당의 ‘지휘’와 국회의원의 ‘헌법상 직무’는 어디까지인가
이번 사건이 던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정당 지도부와 국회의원의 관계다.
정당은 의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의총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동시에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이다.
헌법은 국회의원이 국가이익을 우선하고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상계엄이라는 헌법적 비상상황에서 정당의 내부 지휘와 국회의원의 헌법상 직무가 충돌한다면 어디까지 정당의 지시가 허용될 수 있는지는 중요한 헌법적·법률적 쟁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정당 지도부의 공지가 결과적으로 국회의원의 본회의 참여를 제한하는 효과를 발생시켰다면, 그 행위의 법적 성격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다만 이 부분 역시 정치적 평가가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와 법률 해석을 통해 법원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 결국 법원이 봐야 할 것은 ‘정치적 평가’가 아니라 증거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이미 정치권에서는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검은 이를 내란에 적극 가담한 행위라고 보고 있다.
반면 추 시장 측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공소사실이며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은 정치적 구호로 결론낼 사안이 아니다.
법원이 살펴야 할 것은 구체적인 통화와 지시, 당시 이동 경로, 의원총회 공지, 국회 상황에 대한 인식, 관련자 진술과 객관적 자료 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위의 존재와 그 행위자의 인식·의도 사이의 연결고리가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되는가다.
특검의 주장이 강하다고 해서 유죄가 되는 것도 아니고,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한다고 해서 무죄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판결은 법원이 증거와 법률에 따라 내려야 한다.
■ 이번 재판 이후 더 중요한 것은 ‘제도’다
설령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더라도 논쟁은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우리 정치와 헌정질서에 던진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국가적 비상상황에서 국회의 헌법상 권한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첫째, 비상계엄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회의원들의 긴급 소집과 본회의 출석을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물리적 통제, 교통 차단, 국회 출입 제한 등의 상황에서도 의원들이 안전하게 국회에 접근할 수 있는 비상 소집 체계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
둘째, 국회의원의 헌법상 직무와 정당의 내부 지휘 사이의 한계를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정당의 의사결정은 존중돼야 하지만,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과정까지 조직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셋째, 비상상황에서 국회의 표결 시스템을 보호하는 장치도 검토해야 한다.
핵심은 특정 정치인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어느 대통령이 비상권력을 행사하든, 국회가 헌법에 따라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어야 한다.
■ 11월 18일, 법원은 무엇을 판단할 것인가
추경호 대구시장 사건의 1심 선고는 11월 18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이번 재판에서 법원이 판단할 핵심은 정치적 진영의 유불리가 아니다.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실제로 있었는지, 그 의도와 구체적인 행위가 증거로 입증되는지, 그리고 그 행위가 내란중요임무종사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가 법적 쟁점이다.
그리고 사회가 판결과 별개로 반드시 되짚어야 할 질문도 있다.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비상계엄 해제 권한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었는가.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는 평상시보다 위기 때 그 존재 이유가 분명해진다.
국회가 제때 모일 수 있어야 하고, 의원은 자유롭게 표결할 수 있어야 하며, 정당의 조직 논리가 헌법기관의 기능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번 사건의 진짜 교훈은 특정인의 형사책임을 넘어선 곳에 있다.
비상권력이 등장했을 때 이를 통제할 헌법적 장치가 실제 현실에서도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정치가 반드시 답해야 할 제도적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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