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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9-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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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굴 양식 78% 차지하지만 생산금액 감소…‘자율관리’로 돌파구 찾는다

전국 굴 생산량 78% 차지하는 경남…이제는 생산량 확대보다 적정 생산·품질·가격 안정이 핵심

기사입력 2026-09-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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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굴, ‘많이 키우면 많이 번다’는 공식 깨야 한다…과잉생산의 덫에서 벗어날 때

전국 굴의 78% 생산하는 경남, 문제는 생산량이 아니라 ‘과밀·과잉·저가’ 구조…자율관리 성공하려면 현장 참여와 실효성 확보가 관건


경남의 굴 산업이 갈림길에 섰다.

경남도는 29일 통영시 용남면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에서 도와 시군, 굴수협, 어업인 등이 참여한 가운데 ‘경남형 자율관리 굴 양식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핵심은 명확하다. 더 많이 생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적정량을 생산하고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늦었지만 방향 자체는 분명하다.

경남은 국내 굴 산업의 압도적인 생산 거점이다. 2025년 말 기준 경남의 굴 양식 생산량은 23만4,525톤으로 전국 생산량 30만1,638톤의 약 78%​를 차지한다. 생산액도 1,977억 원으로 전국 2,627억 원의 약 75%에 달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산업의 생산금액이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다.

연합뉴스가 지난 2월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경남 굴 생산량은 2021년 약 24만9천 톤에서 2025년 약 23만4천 톤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생산금액은 같은 기간 2,285억 원에서 1,977억 원으로 감소​했다. 과밀 양식과 과잉 출하에 따른 생산성·품질 저하가 주요 배경으로 거론됐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많이 생산할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생산해서 제값을 받을 것인가”다.


생산량 경쟁이 만든 역설


굴 양식에서 시설을 늘리고 입식량을 확대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어가가 같은 방식으로 시설을 확대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정된 바다에 양식시설이 과도하게 들어서고 입식량이 늘어나면 먹이생물 부족, 성장 지연, 질병 확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시설을 확대했는데, 과밀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지고 가격까지 내려가는 역설​이 발생한다.

이번 경남도의 자율관리체계는 바로 이 구조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경남도는 1㏊ 기준으로 통영·거제·고성 등 지역에 대해 수하연 5,000연 이하, 수하연 길이 5.5m 이하, 수하간격 40cm 이상, 1연당 20~25콜렉타를 표준 시설량으로 제시했다.

남해군은 해양환경과 양식 특성을 고려해 별도의 기준을 적용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자율관리’라는 이름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율관리는 규제보다 현장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업인이 스스로 적정 시설량과 입식량을 지키고, 행정과 수협이 이를 지원한다는 구조도 취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자율이라는 말이 관리의 책임을 현장에 떠넘기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설을 줄이는 어가와 그대로 유지하거나 늘리는 어가 사이에 소득 차이가 발생한다면 제도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특히 굴 양식은 어장과 생산환경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만으로 현장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행정은 기준을 제시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지키는 어가가 손해 보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표준 시설량을 준수하는 어가에 행정·재정 지원을 연계하겠다는 이번 협약의 인센티브가 중요한 이유다.
 
경남형 자율관리 굴 양식체계, 과밀·과잉생산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적게 생산하라’가 아니라 ‘제값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여기서 정책 방향을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굴 산업의 문제를 단순히 생산량 감축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생산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고품질화와 가공, 유통, 수출을 함께 키워야 한다.

올해 초 경남도의 굴·가리비 산업 경쟁력 논의에서도 개체굴 양식 확대, 양식 자동화, 우량종자 확충, 수출시장 다변화 등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결국 답은 생산량 자체가 아니라 생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같은 바다에서 같은 양의 굴을 생산하더라도 품질이 높고 브랜드 가치가 있으며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된다면 어업인의 소득 구조는 달라질 수 있다.


출하가 몰리면 가격도 무너진다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문제가 출하 집중이다.

생산량이 특정 시기에 한꺼번에 시장으로 몰리면 공급 증가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양식 단계에서 시설량을 관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출하 시기와 물량을 조절할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이다.

생산자 단체와 수협, 지자체가 수급 정보를 공유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출하를 분산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냉장·가공·저장시설을 확충하고 내수시장에만 의존하지 않는 수출 판로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생산량을 줄였는데 판로가 그대로라면 가격 안정은 보장되지 않는다.


굴 산업의 미래는 ‘바다의 여유’에서 시작된다


굴은 바다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같다.

땅을 무한정 늘릴 수 없듯 바다 역시 무한한 생산공간이 아니다.

양식시설을 계속 늘리고 생산량을 계속 끌어올리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번 경남형 자율관리체계가 의미를 가지려면 바로 이 지점을 직시해야 한다.

바다의 수용력을 무시한 생산 확대는 결국 어업인에게 돌아가는 소득을 깎아먹을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굴 산업 정책은 ‘생산량 확대’라는 오래된 목표에서 벗어나야 한다.

적정 시설량, 적정 입식량, 질병 관리, 환경 관리, 품질 향상, 출하 분산, 유통 개선, 수출 확대를 하나의 산업정책으로 묶어야 한다.


경남 굴 산업, 이제는 ‘양’보다 ‘질’이다


경남이 전국 굴 생산량의 약 78%를 차지한다는 것은 엄청난 경쟁력이다. 하지만 동시에 위험요인이기도 하다.

한 지역에 생산 기반이 집중돼 있는 만큼 과잉생산이나 가격 하락이 발생하면 지역 어업인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자율관리체계가 단순한 업무협약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실제로 시설량이 관리되는지, 생산량이 적정 수준으로 조절되는지, 굴 품질이 개선되는지, 가격과 어가 소득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공개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특히 매년 생산량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생산단가·판매가격·어가소득·폐사율·질병 발생·시설밀도 등의 지표를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자율관리가 정책이 되고, 정책이 산업 경쟁력이 된다.

경남 굴 산업은 이미 전국 최대 규모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큰 생산량이 아니라 더 좋은 굴을 만들고, 제값을 받고, 바다도 살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많이 생산하는 산업’에서 ‘지속적으로 돈을 버는 산업’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협약을 맺어도 굴 산업의 구조적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협약이 그 전환의 출발점이 될지는 결국 현장 이행력과 정책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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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주 기자 (jinju.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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