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77% 늘었는데 행정은 창원에 묶였다…진주 출입국출장소, 이제는 답해야 한다
서부경남 등록외국인 5년 새 77.3% 증가…창원까지 왕복 3시간 이상, 기업·농가 업무 공백까지 떠안아
행정은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서부경남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외국인 주민은 빠르게 늘었는데, 출입국 행정서비스는 여전히 창원에 묶여 있다.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 내륙권 주민들이 외국인등록과 체류 관련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창원까지 이동해야 하는 구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주민 불편을 넘어 행정서비스의 지역 불균형과 산업현장의 비용 문제로 봐야 한다.
경남도의회 양해영 의원은 9월 28일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진주출장소 설치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대표발의했다. 건의안에는 진주를 비롯해 산청·함양·거창·합천 등 서부경남 5개 시·군의 외국인 행정서비스 접근성을 개선하고, 출장소 설치 전까지 정례 출장 민원서비스를 재개·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외국인은 늘었는데 행정 인프라는 그대로다
법무부 등록외국인 현황에 따르면 진주·산청·함양·거창·합천 등 5개 시·군의 등록외국인은 2021년 6월 말 6,512명에서 2026년 6월 말 1만1,543명으로 증가했다.
5년 동안 5,031명이 늘어 77.3% 증가한 수치다.
숫자의 의미는 분명하다. 외국인 주민이 더 이상 지역사회의 주변부 인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조업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생산현장의 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있고, 농촌에서는 계절근로자가 농번기 인력난을 메우고 있다. 대학 역시 외국인 유학생 증가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진주시가 지난 7월 밝힌 자료에서도 2026년 6월 기준 진주시 등록외국인은 7,554명으로 나타났으며, 서부경남 5개 시·군의 외국인 행정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행정서비스의 공간 배치는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
‘10분 행정’을 위해 하루를 비워야 하는 현실
현재 진주·산청·함양·거창·합천에는 상설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출장소가 없다.
이 지역 외국인 주민은 외국인등록 등 방문이 필요한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창원 본소까지 이동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왕복 3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이동시간만이 아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평일 근무시간에 창원을 다녀오려면 작업장을 비워야 한다. 한국어와 행정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근로자라면 사업주나 동료 직원, 통역인의 동행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결국 외국인 한 명의 민원 처리가 근로자 한 명의 근무 공백을 넘어 기업의 생산성 저하와 인력관리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 농번기 농가라면 상황은 더욱 민감하다.
행정서비스가 주민에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이 행정서비스를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는 구조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행정의 편의를 위해 주민이 움직여야 하는가, 주민의 현실에 맞춰 행정이 움직여야 하는가.”
코로나19는 끝났는데 출장민원은 왜 돌아오지 않았나
더 답답한 부분도 있다. 진주에는 과거 출장 민원서비스가 있었다.
진주시 자료에 따르면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들은 2012년부터 매주 수요일 진주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출장민원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서비스가 중단됐고, 이후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중단 사유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감염병 위기 이후 행정환경이 정상화된 상황에서도 서비스가 장기간 복원되지 않는다면 이제는 다른 차원의 질문을 해야 한다.
왜 아직도 재개되지 않았는가. 행정은 한 번 중단하는 것보다 다시 정상화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외국인 주민이 5년 만에 77.3% 증가한 상황이라면 과거의 행정서비스 수준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지조차 다시 검토해야 한다.
진주시는 공간까지 내놓겠다고 했다
진주시의 접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진주시는 지난 7월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과 면담하고 출장 민원서비스 재개와 진주출장소 설치를 건의했다.
특히 진주창업지원센터 내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는 중요한 대목이다.
지자체가 “출장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제공이라는 구체적인 지원방안까지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진주지식산업센터 역시 지역 중소기업 지원과 기업 성장 지원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지역 산업현장의 행정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과 연계할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중앙정부와 법무부가 현실적인 수요와 비용을 따져보는 일이다.
창원까지 왕복 3시간…진주 외국인 행정서비스, 이제는 생활권으로 옮겨야 한다
“인력과 예산이 어렵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원출입국·외국인사무소 측도 외국인 증가와 현장 불편에 공감하면서도 운영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계절근로자와 유학생을 대상으로 이동 출입국 서비스를 확대하고 진주출장소 설치 필요성을 관계기관과 계속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국가기관의 인력과 예산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다.
출장소 하나를 설치하려면 조직과 인력, 예산, 관할구역 조정 등 여러 행정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불편을 장기간 방치하는 것 역시 해법은 아니다.
정책은 수요가 생겼을 때 바뀌어야 한다. 외국인 주민이 적었던 과거의 행정수요를 기준으로 현재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투트랙’이다
진주출장소 설치 논의는 장기 과제와 단기 과제를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상설 진주출장소 설치를 정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진주·산청·함양·거창·합천을 하나의 생활·산업권으로 보고 외국인 주민 규모와 민원 발생량, 기업·농가의 외국인력 의존도, 대학의 유학생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외국인이 몇 명이냐”만 따질 것이 아니라 실제 민원 수요가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데이터로 보여줘야 한다.
둘째, 출장소가 설치될 때까지 정례 출장민원 서비스를 즉시 복원해야 한다.
이것은 상설 출장소 설치와 경쟁하는 대안이 아니다.
오히려 상설 출장소 설치의 필요성을 검증할 수 있는 과도기적 모델이 될 수 있다.
정기 출장 횟수를 늘리고, 사전예약제를 도입하고, 민원 수요가 많은 외국인등록·체류 관련 업무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단기간에 현장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수요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
진주와 서부경남에서 매월 몇 건의 출입국 민원이 발생하는지, 창원 본소 방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 사업주와 통역인의 동행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축적해야 한다.
그래야 “필요하다”는 주장과 “인력·예산이 어렵다”는 설명을 숫자로 비교할 수 있다.
출장소 설치는 외국인만을 위한 문제가 아니다
이번 논의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진주출장소 설치를 단순히 “외국인을 위한 행정서비스”로만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정책 우선순위 논쟁에서 쉽게 밀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데 실제로는 다르다.
외국인 근로자는 지역 제조업과 농업의 인력 구조와 연결돼 있다. 행정절차를 위해 근로자가 장시간 작업장을 비워야 한다면 그 비용은 기업이 부담한다.
농번기에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한다면 농가 역시 영향을 받는다.
결국 출입국 행정의 접근성은 지역산업의 생산성과 인력관리 효율성에 직접 연결되는 경제 인프라이기도 하다.
진주시가 출장소 설치를 기업과 농가의 경제활동 지원 차원에서 접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정은 인구가 늘어난 뒤에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준비해야 한다
서부경남의 외국인 주민 증가세는 이미 확인됐다.
2021년 6,512명에서 2026년 1만1,543명.
5년 동안 77.3% 증가했다.
그런데 행정서비스가 그대로라면 결국 현장의 부담은 계속 누적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건의문 한 장이 아니다.
수요조사 → 임시 출장서비스 재개 → 상설 출장소 타당성 검토 → 조직·예산 확보 → 진주출장소 설치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중앙정부는 지역에서 제기되는 요구를 단순한 민원으로 볼 것이 아니라 행정수요 변화의 신호로 봐야 한다.
진주출장소 논의, 이제 ‘검토 중’에서 끝내서는 안 된다
경남도의회에서는 이번 건의안을 통해 진주출장소 설치와 정례 출장민원서비스 재개를 정부와 법무부에 촉구하고 있다.
진주시 역시 이미 출장서비스 재개와 출장소 설치를 건의했고, 공간 제공이라는 지원방안까지 제시했다.
이제 공은 중앙정부와 법무부에 넘어갔다. 물론 출장소 설치가 당장 결정될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언제까지 무엇을 조사하고, 어떤 기준으로 설치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 정도는 제시해야 한다.
외국인 주민은 늘고 있고, 기업과 농가의 행정수요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행정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중단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책의 지체다.
외국인은 77% 늘었다. 행정서비스도 그만큼 달라져야 한다.
진주출장소 설치 여부의 핵심은 특정 지역의 편의를 봐주느냐가 아니다.
변화한 지역의 현실에 국가 행정이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의 문제다.
상설 출장소가 어렵다면 정례 출장서비스부터 재개하면 된다.
정례 출장서비스로도 수요가 감당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더 이상 논쟁할 이유가 없다.
암튼 진주 외국인 행정서비스가 이제는 생활권으로 옮겨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정이 주민보다 한발 늦는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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