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지만 옮기면 끝?” 더 이상 안 된다…고의 체납과 생계형 체납은 구분해야
경상남도가 부산·대구·울산에 거주하는 지방세 고액 체납자 70명에 대한 현장 추적 징수에 나섰다.
이번에 추적 대상이 된 체납액은 모두 12억1,300만원이다. 경남도와 시·군 체납징수 공무원 30명이 3개 팀으로 나뉘어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5일간 체납자의 거주지와 사업장을 직접 찾아간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체납 독촉을 넘어선다.
경남에 지방세를 체납한 뒤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 현장 확인을 어렵게 만드는 사례에 대해 ‘주소 이전이 징수 회피 수단이 될 수 없다’는 행정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강제징수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고의적인 체납과 실제 생계가 어려운 체납자를 정확하게 구분하고, 현장 단속을 넘어 상시적인 체납관리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300만원 이상 체납자 70명…12억1300만원 직접 추적
경남도가 이번에 현장 징수 대상으로 선정한 대상은 다른 시·도에 거주하면서 300만원 이상 지방세를 체납한 사람 가운데 납세 회피 정황이 있거나 납부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70명이다.
이들의 총 체납액은 12억1,300만원이다.
30명의 징수 공무원으로 구성된 광역징수기동반은 부산·대구·울산에 있는 체납자의 거주지와 사업장을 방문해 실제 거주 여부와 생활실태, 납부 능력 등을 확인한다.
현장 방문에 앞서 체납 현황과 재산·권리관계 등을 분석하고, 현장에서는 확인된 상황에 따라 징수 방식을 달리한다.
일시 납부가 어려운 경우에는 납부계획서를 받아 분납을 유도하고,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고의로 납부를 회피한 정황이 확인되면 체납처분 등 강제 징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반대로 무재산 등 사실상 징수가 어려운 경우에는 정리보류 여부를 검토한다.
핵심은 ‘모두에게 강경하게’가 아니다
체납징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강제징수 자체를 실적의 기준으로 삼는 행정이다.
지방세를 낼 능력이 충분한데도 재산을 숨기거나 납부를 회피하는 체납자와 사업 실패나 실직 등으로 실제 납부 능력을 상실한 체납자를 똑같은 기준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
경남도가 이번 현장조사에서 생활실태와 납부능력을 함께 확인하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압박이 아니라 ‘고의 체납에는 강력하게, 생계형 체납에는 회생의 기회를 주는 징수행정’이다.
이 원칙이 지켜져야 조세 형평성과 행정의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5일이다…30명이 3개 도시 70명을 확인
다만 이번 사업에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30명의 인력이 3개 팀으로 나뉘어 5일 동안 부산·대구·울산에 흩어진 70명의 체납자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단순히 주소지를 찾아가는 것과 체납자의 실제 생활환경과 재산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장에 사람이 실제로 거주하는지, 사업장이 운영되고 있는지, 납부 능력이 있는지, 체납 이후 재산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을 제대로 확인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단기간 집중 단속만으로는 체납징수의 구조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어렵다.
이번 기동반 운영은 현장 징수의 출발점이 되어야지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남도와 시·군 체납징수 공무원 30명이 3개 팀으로 나뉘어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5일간 체납자의 거주지와 사업장을 직접 찾아간다.
“주소만 바꾸면 피할 수 있다”는 인식부터 깨야
관외 체납의 가장 큰 문제는 행정기관이 체납자의 실제 생활환경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체납자가 다른 지역으로 주소를 옮기거나 사업장을 이전하면 기존 지자체의 현장 확인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체납자의 주소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부동산·차량·사업장·각종 권리관계 등 공개·법정 범위의 행정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현장조사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체납관리 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장 공무원이 무작정 찾아가는 방식보다 ‘데이터 분석 → 고위험 체납자 선별 → 현장 확인 → 징수 또는 복지 연계’로 이어지는 구조가 효율적이다.
관외징수, 1회성 기동반으로 끝나면 안 된다
경남도는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과 경상권을 대상으로 관외 광역징수기동반을 운영해 4,600만원을 징수하고 11억1,500만원의 분납 약속을 확보한 바 있다.
이 같은 실적은 관외 체납자에 대한 현장 대응이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단속 이후다.
분납을 약속한 체납자가 실제로 납부하고 있는지, 재산을 새롭게 취득했는지, 다시 체납 상태에 빠졌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한 번 찾아가 납부 약속을 받아내는 것으로 끝난다면 행정력 투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산·대구·울산과 상시 공조체계 구축해야
관외 체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지자체 간 협력도 중요하다.
경남 체납자가 부산에 살고 있다면 경남도 공무원만 부산 현장을 찾아가는 방식보다는 경남과 부산의 지방세 관련 부서가 상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범위에서 현장조사를 협력하는 체계가 더욱 효율적이다.
대구와 울산도 마찬가지다.
지방세 체납자의 이동은 행정구역 경계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징수행정만 행정구역에 묶여 있다면 체납징수의 사각지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체납자는 광역적으로 움직이는데 행정은 지역별로 따로 움직이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생계형 체납자까지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강력한 징수만큼 중요한 것이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구제다.
현장조사 결과 실질적인 무재산 상태이거나 파산 등으로 납부 능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무리하게 징수 실적을 높이는 것보다 정리보류 등을 검토하는 것이 행정적으로도 합리적이다.
더 나아가 실제 생활이 어려운 체납자라면 지방세 징수 부서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복지부서 등과 연계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체납자를 단순히 ‘돈을 안 낸 사람’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왜 체납했는지를 확인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결국 성패는 ‘얼마나 걷었느냐’보다 ‘왜 체납했느냐’에 달렸다
이번 경남도의 관외 광역징수기동반 운영은 지방세 체납 문제를 행정구역 밖까지 따라가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5일간의 집중 단속만으로 12억1,300만원 규모의 체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첫째, 고의적인 체납과 생계형 체납을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
둘째, 데이터 기반의 사전분석으로 현장 징수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부산·대구·울산 등 관외 지자체와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넷째, 분납 약속과 체납처분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도민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조세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방세는 결국 지역의 도로와 복지, 안전과 행정서비스를 유지하는 재원이다.
따라서 납부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의로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에는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반면 경제적 어려움으로 세금을 낼 수 없는 사람에게까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역시 올바른 징수행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무조건 걷는 행정’이 아니라 ‘낼 수 있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받고, 낼 수 없는 사람에게는 회생의 길을 열어주는 행정’.
이번 경남도의 관외 광역징수기동반이 일회성 단속을 넘어 이러한 원칙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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