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자진사퇴, 정부 인사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김승원·용혜인 후보자 사퇴에 정성호·김용범까지…‘자진 사퇴’로 끝낼 일이 아니라 검증과 책임을 돌아봐야 한다
최근 정부 인사를 보면 한 가지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인사 대상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방식으로 논란이 정리되는 모습이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9일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지명 20일 만이었다. 김 후보자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부분을 성찰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앞서 용혜인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3일 자진 사퇴했다. 용 후보자는 민주당으로부터 결단을 요청받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사례도 이어졌다.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월 18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건강상 이유와 함께 주요 검찰개혁 입법이 마무리됐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는 새로운 리더십 아래 완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9월 1일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이 이를 수리했다. 당시 부동산 정책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등을 둘러싼 정책 논란이 배경으로 거론됐다.
각각의 사퇴 사유와 정치적 배경은 다르다.
따라서 이들을 하나의 이유로 묶어 판단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민이 주목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왜 인선 과정에서 문제가 충분히 걸러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인사권자의 책임은 ‘사표 수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고 임명하는 과정에는 대통령실과 관계 부처, 인사 검증 시스템, 국회 인사청문 절차 등이 작동한다.
그런데 후보자가 지명된 뒤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결국 자진 사퇴로 마무리된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사전 검증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졌는지를 묻게 된다.
특히 김승원 후보자의 경우 지명 이후 여러 의혹이 제기됐고, 본인은 이를 부인하거나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결국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인선 자체는 중단됐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의 확대가 아니라 검증 과정에서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을 확인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뿐이다.
정책의 연속성도 인사의 중요한 기준이다
법무부 장관 공백은 특히 주목할 문제다.
정성호 전 장관의 사직 이후 후임 인선이 진행되는 동안 법무부는 장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을 맞았다. 당시 청와대는 후속 인사 때까지 역할을 다해달라는 취지로 당부했다.
더구나 형사사법 체계의 변화가 진행되는 시점이라면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 사건 이관 등 후속 업무의 연속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인사는 사람이 바뀌는 문제지만 정책은 사람과 함께 멈춰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인사를 통해 국정 쇄신을 추진한다면 새로운 인물의 발탁만큼이나 기존 정책을 누가,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자진 사퇴’가 반복될수록 검증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
자진 사퇴는 개인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반복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두 차례의 개별적인 인사 문제가 아니라 인사 검증 과정과 책임 구조 전체를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로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까지 갔다가 낙마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후보자의 개인적 책임만 강조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누가 후보자를 추천했고, 어떤 기준으로 검증했으며, 논란이 발생한 뒤에는 누가 어떤 판단을 했는지까지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인사는 결국 국정 운영의 출발점이다.
사표를 받는 것으로 인사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인사가 이뤄졌는지를 설명하는 데서 책임이 시작된다.
정부가 국민에게 요구해야 할 것은 이해가 아니라 납득이다.
잇따른 자진 사퇴를 단순한 인적 교체로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인사 검증 시스템과 정책 책임 체계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누가 물러났느냐가 아니다.
왜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올랐고, 왜 결국 물러나야 했으며,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가.
이 세 가지 질문에 정부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답하느냐가 앞으로의 인사에 대한 신뢰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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