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의 막이 오른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단순히 후보 간 경쟁만이 아니다. 2023년 개정된 공직선거법 이후 일반 유권자의 정치 표현 자유가 한층 넓어졌다는 점이다. 이제 시민들도 손바닥만 한 25cm 이하 소품을 들고 거리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과거처럼 선거운동이 정당과 후보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민주주의 확대라는 긍정적 의미는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 변화는 한국 선거 문화의 복잡한 현실도 드러낸다. 자유는 확대됐지만, 규제 역시 촘촘하다. 일반 유권자는 작은 피켓 하나는 들 수 있어도 어깨띠는 안 되고, 손팻말은 가능하지만 차량 현수막은 금지된다. SNS 글은 선거 당일에도 올릴 수 있지만 자동 문자 발송은 엄격히 제한된다. 결국 법은 시민 참여를 허용하면서도 선거 과열과 조직 동원을 경계하는 절충점을 찾으려 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준이 지나치게 세밀하고 복잡하다는 데 있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어디까지가 자유이고 어디부터 위반인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은 선거법 위반 여부를 두고 불안해하고, 선관위 유권해석에 의존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정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면서도 동시에 시민을 잠재적 위반자로 만드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이번 개정은 정치의 무게중심이 거리 유세보다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했다는 현실도 보여준다. 유튜브, 카카오톡, SNS를 통한 선거운동은 사실상 상시 가능해졌고, 선거 당일에도 온라인 지지 표현은 허용된다. 과거처럼 현수막과 유세차가 선거의 중심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휴대전화 화면 속 콘텐츠가 표심을 흔드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25cm 피켓보다 15초짜리 영상이 더 강력한 정치 도구가 된 현실이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확대가 곧 건강한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허위 정보와 비방, 혐오 선동 역시 같은 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SNS 기반 선거운동은 감정적 진영 대립을 부추기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순식간에 퍼지는 부작용도 안고 있다. 자유를 넓힌 만큼 시민의 책임 역시 더 무거워진 셈이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누가 당선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시민의 정치 참여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민주주의의 질서를 유지할 것인가를 시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 위에서 성장하지만, 그 자유를 성숙하게 사용하는 시민 의식 없이는 쉽게 소음과 혼란으로 변질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피켓의 크기가 아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책임 있게 정치에 참여하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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