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힘 경남 사천 정치권이 다시 거센 내홍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단순한 공천 불만 수준이 아니다. 공천 탈락자가 현직 국회의원을 상대로 총선 당시 금품 수수 의혹까지 제기하며 정면 충돌하는 초유의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사천시의원 공천에서 탈락한 이삼수 전 사천시의회 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총선 당시 서천호 후보 캠프 측과 관련해 수천만 원대 금품이 오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녹취록까지 공개하며 공천 과정의 불공정성과 정치적 거래 가능성을 주장했다.
반면 서천호 의원 측은 즉각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경선 탈락에 따른 악의적 폭로라는 것이다.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지금 단계에서 어느 한쪽 주장만을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국민의힘 경남 정치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공천 갈등과 계파 충돌, 폭로전의 악순환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천만 끝나면 내부 고발이 터지고, 탈락자는 반발하며, 현역과 예비후보 간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도 않다.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 풍경은 결국 지역 정치 전체에 대한 시민 신뢰를 무너뜨린다.
특히 이번 사안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한 “억울한 탈락 주장”을 넘어 금품 의혹이라는 중대한 문제로 번졌기 때문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 공천 갈등이 아니라 선거 질서를 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반대로 허위라면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유포한 것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결국 필요한 것은 정치적 말싸움이 아니라 객관적 검증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늘 그래왔듯 “개인 간 갈등” 정도로 축소하거나 시간이 지나 조용히 덮이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중앙당 차원의 즉각적인 진상 확인이나 윤리적 판단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시민들의 피로감은 커진다.
국민의힘은 경남에서 오랫동안 압도적 지지를 받아온 정당이다. 그러나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 지역 유권자들은 “누가 공천을 받느냐”보다 “공천이 얼마나 공정했느냐”를 보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정당 간판만으로 승리하던 시대는 점점 끝나가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갈등이 단순히 개인 충돌이 아니라 지역 정치 구조의 고질병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정치가 특정 정치인 중심의 폐쇄적 구조로 굳어질수록 공천은 경쟁이 아니라 줄서기가 되고, 정책은 사라진 채 충성 경쟁만 남게 된다. 그러다 공천에서 탈락하면 내부 폭로와 분열이 반복된다. 지금 사천 정치가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그렇다.
선거는 시민을 위한 경쟁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지역 정치권은 시민보다 공천권력만 바라보는 듯하다.
정작 지역경제와 민생, 청년 인구 유출, 산업 위기 같은 중요한 의제는 실종된 채 정치권 내부 싸움만 헤드라인를 장식하고 있다면 시민들이 정치에 등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의힘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선거철 해프닝으로 넘길 것인가, 아니면 지역 정치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을 것인가.
침묵과 봉합만 반복해서는 같은 일이 또 벌어진다.
정치 불신은 그렇게 누적된다.
공천은 권력이 아니라 공적 절차다.
그리고 그 공정성을 증명하지 못하는 정당은 결국 시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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