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징계 1년으로 감경…국민의힘 윤리위, ‘징계’보다 더 중요한 질문에 답해야
‘멱살 논란’ 1년 6개월→1년 감경…문제는 징계 수위보다 기준의 일관성과 윤리위 결정의 신뢰성이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권영진 의원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당원권 정지 1년 6개월의 기존 징계를 1년으로 감경했다.
권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 과정에서 정점식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은 일로 윤리위에 회부됐고, 지난 8월 20일 당원권 정지 1년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권 의원은 재심을 신청했고, 윤리위는 9월 30일 기존 처분보다 징계 기간을 6개월 줄였다.
징계가 감경됐다는 사실만 보면 한발 물러선 결정이다.
그러나 정작 국민의힘이 답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왜 1년인가.
그리고 앞으로 비슷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
또 하나 권영진 의원의 행동에 책임을 묻는 것과 윤리위가 어떤 기준으로 책임을 물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지 않는가?
■ 멱살 논란은 분명한 문제…그러나 징계 기준은 더 분명해야 한다
상임위 배정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동료 의원의 신체를 직접 잡는 행동은 원내 질서를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윤리위가 징계 절차를 밟은 것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징계의 수위와 판단 기준이 객관적이고 일관됐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당내 갈등을 징계로 끝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리위가 진정으로 신뢰받으려면 ‘누가 잘못했느냐’만큼이나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징계했느냐’를 설명해야 한다.
■ 1년 감경됐지만 정치적 파장은 여전히 남는다
권 의원의 기존 징계는 1년 6개월이었다.
2028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원권 정지 기간이 상당 부분 이어지는 만큼 정치적 활동과 당내 역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연합뉴스는 8월 당시 권 의원을 비롯해 조경태·진종오 의원의 징계가 2028년 총선 공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지역 조직 문제도 변수다.
권 의원의 당원권 정지가 유지될 경우 대구 달서병 당협이 사고당협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거론됐고, 지역 조직위원장 교체 가능성까지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결국 이번 감경은 단순히 6개월을 줄인 행정적 결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당내에서 권 의원의 정치적 활동과 지역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까지 연결되는 문제다.
권영진 의원의 행동에 책임을 묻는 것과 윤리위가 어떤 기준으로 책임을 물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 더 민감한 대목은 ‘계파 징계’라는 해석이다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가장 뜨거운 논란 중 하나는 징계 자체보다 징계가 당내 특정 세력에 대한 정치적 조치 아니냐는 주장이다.
권 의원 본인은 과거 징계를 두고 장동혁 대표에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데 따른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했다. 반면 윤리위의 공식 징계 사유는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의 물리적 행동이었다.
이 둘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권 의원 측의 정치적 주장은 권 의원 측의 주장이고, 윤리위의 공식 판단은 별개의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필요한 것은 정치적 해석의 확대가 아니라 윤리위가 징계 사유와 양정 기준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다.
■ 윤리위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의적 징계’라는 불신
정당의 윤리위원회는 사실상 당 내부의 사법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같은 수준의 행위에는 같은 수준의 징계가 내려져야 하고, 차이가 있다면 왜 다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현역 의원의 당원권을 장기간 제한하는 징계라면 행위의 정도, 반복 여부, 사과와 반성, 피해 당사자와의 관계 회복, 당에 미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 설명 없이 결과만 발표하면 어떤 결정을 내려도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 ‘징계냐 면죄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필요한 것은 권영진 의원을 무조건 두둔하거나 반대로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결론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내부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상임위 배정처럼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에서 내부 조정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갈등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의원 간 충돌이 발생한 뒤 윤리위가 징계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충돌 이전에 갈등을 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원내대표단과 중진 의원들의 중재, 의원총회 내 공식 이견조정 절차, 상임위 배정 기준의 명문화 등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
■ 윤리위는 ‘누구를 징계했는가’보다 ‘어떤 기준으로 징계했는가’를 증명해야 한다
정당에서 징계는 필요하다. 그러나 징계가 신뢰받으려면 최소한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둘째,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셋째, 결정 과정과 징계 수위에 대한 설명이 충분해야 한다.
이번 권영진 의원의 재심 감경은 이 세 가지 원칙을 국민 앞에 다시 확인할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기존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감경했다면 무엇이 달라졌고, 어떤 사정을 고려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윤리위의 책임이다.
그 설명이 없다면 감경조차 또 다른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징계의 칼’보다 ‘갈등을 줄이는 규칙’이다
이번 사건을 권영진 의원 개인의 징계 문제로만 끝내서는 안 된다.
정당은 다양한 의견이 충돌하는 조직이다.
반대 의견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갈등을 폭력이나 물리적 충돌로 번지지 않게 관리하고, 징계가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와 결부됐다는 의심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 의원의 행동에는 그에 따른 책임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윤리위의 징계에도 그에 상응하는 설명 책임이 따라야 한다.
결국 이번 재심의 진짜 시험대는 6개월 감경이 아니라 국민의힘 윤리위가 앞으로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징계가 정치의 도구가 되는 순간 윤리위의 권위는 흔들린다. 반대로 명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된다면 징계는 당내 질서를 세우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할 것은 ‘권영진에게 얼마나 무거운 징계를 내렸느냐’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앞으로 내부의 갈등과 반대 목소리를 어떤 규칙으로 다룰 것인지다.
그 답을 내놓는 것이 이번 재심 결정의 진짜 후속 과제임을 직사하시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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